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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시골서 ‘발효 빵’ 대박…“성공 무대 도쿄·서울에만 있지 않아”[ESF 2023]

입력시간 | 2023.06.09 05:00 | 전선형 기자 sunnyjun@edaily.co.kr
日 다루마리 빵집 대표 와타나베 부부 인터뷰
인구 1만5000명 지방에 창업...천연발효 내세워
식자재 신경 써 좋은 빵 만드니 고객 먼저 찾아
누구나 팔고 흉내 낼 수 있는 박리다매는 지양
질좋고 오래가는 상품 추구...진정성에 고객도 반응
[이데일리 전선형 기자] 인구 1400만명에 달하는 일본의 대도심 도쿄. 일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가 보고 싶고, 살고 싶어 하는 도쿄를 떠나 돌연 깡시골에 빵집을 차린 사람들이 있다. 바로 일본에서 ‘다루마리(Talmary)’ 빵집을 운영하고 있는 와타나베 이타루와 마리코 부부다. 줄곧 도시남녀로 살아온 부부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을 하겠다’며 야심 차게 시골로 떠났다. 그리고 2008년 인구 1만5000명 수준의 지바현 이스미시에 자리를 잡고 ‘천연 발효빵’을 팔기 시작했다. 물론 경제위기와 맞물리며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좋은 빵을 만들겠다’는 부부의 일념은 고객을 알아서 찾아오게 하는 결과를 만들어 냈다. ‘더 좋은 재료를 찾겠다’는 욕심에 지바현에서 오카야마현으로, 2015년에는 돗토리현 지즈초로 가게 자리를 두 번이나 옮겼음에도 고객들은 여전히 다루마리를 찾았다. 일본뿐 아니라 해외까지 주문은 끝이 없었다.

와타나베 마리코씨는 “인생의 성공 무대는 꼭 도쿄나 서울에만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저도 도쿄에 있는 대학을 나왔음에도 농촌을 인생의 무대로 골랐고, 그 뒤로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45세가 된 지금 저의 인생은 꽤 즐겁고 앞으로도 삶이 더욱 기대가 된다”라고 말했다.

다루마리 빵집을 운영 중인 와타나베 부부. 와타나베 이타루(사진 왼쪽), 부인 와타나베 마리코.
올해로 와타나베 부부가 다루마리 빵집을 개업한 지 16년이 돼 간다. 16년간 다루마리 빵집의 주소가 두 번 바뀌고, 메뉴도 빵에서 빵과 맥주로 늘었지만 부부가 처음 가졌던 신념은 그대로다. 바로 ‘진짜(진정성 있는) 상품을 만들자’는 생각이다. 와타나베 이타루 씨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잘 팔리는 물건을 누군가 금방 흉내 내고, 공급 과다로 가격이 내려가게 된다”며 “이후 기업들은 이익을 높이기 위해 원자재 값을 낮추고 화학물질 등을 다수 사용해 싸구려 상품이 나오게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전했다.

이어 “다루마리는 ‘진짜(상품)’를 만들고, 이를 통해 지역 경제가 순환을 이룰 수 있는 길을 추구한다”며 “진짜란 자연과 공존하고 수고와 시간을 들여서 만든 상품을 말하는데, 먹거리로 따지면 ‘계속 먹어도 속이 거북하지 않은 것’, 건축으로 비유하자면 ‘백년, 천년이 지나도 유지되는 집’을 만드는 것이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와타나베 부부와의 일문일답.

-도심이 아닌 시골에서 다루마리를 창업하게 된 이유는

△ 우리 부부는 결혼하기 전부터 함께 시골에서 식품가공이나, 먹거리 관련된 일을 하자고 마음을 모았다. 이타루는 농대를 졸업한 뒤 막연히 농부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있었고,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나(마리코)도 도시보단 시골에서의 삶을 꿈꿨다. 천연발효 빵을 창업 아이템으로 생각하게 된 건 이타루의 영향이다. 그는 어릴 적 아버지와 헝가리에서 1년을 생활했는데, 첨가물이나 방부제로 만든 음식이 드물던 당시 헝가리의 식문화에 감탄했다고 한다. 일본에서 매일 같이 마시던 커피가 ‘갈색물감’이라고 느껴질 정도였다고 한다. 여기에 균을 연구하시던 이타루의 할아버지 영향까지 겹치게 되면서 전통방식의 천연발효 빵을 아이템으로 생각하게 됐다.

-시골에 자리 잡기까지 어려움은 없었나.

△ 시골지역에서 영업을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것을 꼽으라면 ‘지연(출신 지역에 따라 연결된 인연) 사회’라고 볼 수 있다. 일본 농촌을 보면 2차대전 이후부터 여당정권과 농촌 사람들이 지연사회로 끈끈하게 이어져 있는 편이다. 지역 리더 격인 사람들은 지연을 통해 이권도 누려왔다. 그런 그들이 보기엔 우리(다루마리)의 존재는 기득권을 위협하는 존재라고 느꼈던 것 같다. ‘진정성 있는 상품을 만든다’, ‘이윤을 남기지 않는다’, ‘지역경제 순환’ 등 다루마리의 이념과 운영방침 등을 서적이나 매체를 통해 꾸준히 알렸다. 하지만 시골 지역사회는 우리의 이념과 신념을 이해하려는 문화가 조성돼 있지 않았다. 그나마 헤아려주던 젊은 청년들은 대학진학이나 취직으로 인해 도시로 나가버리기 일쑤여서 꽤 힘든 나날이었다.

-‘이윤을 남기지 않는다’라는 경영 이념이 독특하다

△ 사실 어떤 분야에서든 신규 창업자들의 운명은 가혹하기 짝이 없다. 경쟁에서 뒤처져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인구가 적은 시골에서 창업했으니 더 힘들었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생각을 바꿨다.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마케팅이나, 원가절감을 생각하기보다 좋은 빵을 만드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좋은 기술을 투입하고, 좋은 재료를 찾으면서 오히려 원가를 계속 올렸다. 당연히 이윤도 남기지 않았다. 그러나 이같은 노력이 오히려 고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우리의 노력을 인정해준 고객들은 이제 ‘팬(Fan)’이 됐다. 이들을 믿음을 배신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윤보다 신용을 얻기 위한 일을 해야 한다.

-빵 말고도 맥주까지 사업영역 확장했다

△ 빵과 맥주는 얼핏 다른 상품으로 보이지만, 보리를 발효시킨 점에서 비슷한 점을 가지고 있다. 사실상 빵의 연장선상에 맥주가 있다고 보면 된다. 맥주의 경우 천연 발효 빵을 만들기 위한 효모로도 활용되고 있고 빵의 맛 향상으로도 이어지는 ‘윈-윈(Win-Win)’효과를 내고 있다. 다만 앞으로 발효식품 상품의 종류를 확대하기보다 기존에 만들고 있는 빵과 맥주에 대해 더 깊이 파고들 생각이다. 지역에서 질 좋은 상품을 만들자는 것이다. 빵은 지난해 돗토리현 내에 있는 농가에서 밀 자연재배가 가능해졌다. 제분기까지 구비하고 있으니 사실상 ‘땅에 밀 씨앗을 뿌리면 빵을 만들 수 있는’ 완벽한 조건을 갖추게 된 것이다. 맥주도 이와 비슷한 상황을 만들려고 한다. 물론 보리를 맥아로 가공하려면 막대한 자금과 일손이 필요하겠지만, ‘발효음식을 통한 지역 경제 순환’을 이루기 위해 노력 중이다.

-다루마리로 인한 지역 관광객 유입 효과는

△ 2019년까지는 연간 약 4만명의 고객이 왔다. 2020년부터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조금 줄었다. 그리고 2022년에 카페와 호텔을 병설한 2호점을 지즈역 근처에 개업했다. 고객들이 빵이나 맥주만 사가는 아니라 마을 안에 오래 머물 수 있도록 하자는 전략이었다. 2022년 고객 수만 보면 1호점이 약 2만5000명의 고객이 왔고, 2호점 약 1만1000명으로 두 점포 합쳐서 약 3만6000명으로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

-지역을 살리고자하는 한국 정부에 한마디 한다면

△ 농촌을 무대로 사업하려는 청년들이 있다면, 정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이를 위해 정부기관은 물론 대학, 연구기관, 미디어 등이 참여해 행정ㆍ금전ㆍ정신적으로 확실한 지원을 해줘야 한다. 특히 봉건적인 사회제도가 남아 있는 농촌에서는 여성들의 활약을 막는 장면이 많기 때문에 여성들이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도 좋겠다. 또한(적어도 일본에서는) 농촌 사회의 실태가 많이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라, 우선 사회학적인 조사를 실시해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지방을 떠나 도심으로 가는 청년에게 해줄 조언은

△한국은 일본보다 대학진학률도 높고, 특히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는 데 가치를 둔다고 들었다. 이렇게 되면 지방 청년들이 자꾸 서울로 유출돼 농업과 관련해 일하는 사람이 적어지고, 식량자급률도 떨어지게 되는 악순환을 불러일으킨다. 사실 인생에서 성공할 수 있는 무대는 도쿄나 서울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도쿄에 있는 대학에 진학했으나 농촌이란 무대를 골랐다. 물론 나답게 사는 삶, 풍요로운 인생을 여전히 고뇌하며 시행착오를 겪었다. 지금도 그 길 가운데 있다. 다만, 45세가 된 지금 내 인생은 꽤 재밌었고, 앞으로의 삶이 기대되고 있다.



●와타나베 부부(남편 와타나베 이타루, 부인 와타나베 마리코)는

2008년 치바현에서 다루마리 빵집을 개업한 부부로 2014년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라는 책을 출간하며 일본과 한국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특히 소멸위기 지역의 경제활성화에 크게 기여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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