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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연금전문가 "연금개혁…정치권의 강한 의지 가장 중요"[ESF 2023]

입력시간 | 2023.06.15 05:00 | 이지현 기자 ljh423@edaily.co.kr
겐조요시카즈 게이오대 교수 인터뷰
연금개혁 정치적 해법 모색해야…국민 공감대 형성 최우선
많이 내고 적게 받는 구조 변화 위한 국민 설득에 공들여
韓, 인구·노동시장 변화 반영 자동 연금액 조정 검토 必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연금개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해야 할 개혁을 하겠다는 정치의 강한 의지다.”

일본의 연금개혁 논의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겐조 요시카즈 게이오대 상학부 교수는 일본 연금개혁 핵심 동력을 이같이 꼽았다.

◇ 日 개혁 3년 내 이룬 비결…‘뚝심’

일본은 2000년대 초반 저출산 고령화에 경기침체까지 겹치며 연금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기 시작해 개혁 요구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를 추진해야 할 정치권의 저항이 만만치 않았다. 정치에선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데 연금을 손댄다는 건 선거에서 부정적 이슈였기 때문이다.

겐조 교수는 개혁과정에서 가장 큰 걸림돌로 여론을 꼽았다. 그는 “제도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해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할 전문가들도 일제히 여론에 동조하고 나섰다”며 “다만 여당이 여론이나 야당이 반발해도 법안을 통과시킬 힘은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일본 연금개혁을 주도한 것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였다. 그는 국민적 인기에 힘입어 연금개혁을 단번에 밀어붙였고 개혁안은 2~3년 만에 통과됐다. 그리고 일본의 보험요율은 2004년 13.58%에서 매년 0.354%포인트씩 인상해 2017년 18.3%로 올렸다. 이후 보험료율을 이 수준(최고보험료율)에서 고정된 상태다.

겐조 요시카즈 게이오대 상학부 교수. (사진=이데일리 DB)
겐조 교수는 “‘정치의 강한 의지’라는 것은 여론의 반대가 있더라도 장래를 위해 결단하고 실행할 의사를 말한다”며 “국가의 지속 가능성을 생각하는 정치에는 아무래도 강한 의지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결국 연금개혁의 키는 정치권이 쥐고 갈 수밖에 없을까? 그는 “민주주의에서는 정치권에서 해결하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고 답했다.

최근 프랑스도 연금개혁을 밀어붙였다. 국민적 거센 저항 속에서도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는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뚝심으로 밀어붙였다. 겐조 교수는 “당연한 일을 한 것”이라고 짧게 평가했다. 이어 “프랑스는 지급 개시 연령이 62세로 다른 유럽국가에 비해 상당히 낮았다. 연금 재정의 관점에서 조기 은퇴 풍조가 강한 사회에서 국민에게 취업을 재촉할 필요성이 높았다”며 “이는 일본과 상황이 다른 점”이라고 부연했다.

◇ 예측 가능한 미래…납부자 불안 완화

한국의 연금요율은 1998년 1차 연금개혁 이후 25년째 9%로 고정된 상태다. 직장가입자의 경우 사업주가 4.5%를, 가입자가 4.5%를 부담한다. 적게 내고 많이 받는 구조가 이어지며 연금고갈 시점을 당기고 있다. 이 때문에 개혁에 대한 요구가 꾸준히 제기됐지만, 번번이 논의에 그치고 말았다. 올해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민간자문위원회에서 15% 인상안이 검토되기도 했지만, 반발 여론에 부딪혀 결국 논의에 그쳤다.

최근 이데일리가 연금개혁과 관련된 설문을 진행한 결과 응답자 1000명 중 78%가 ‘해야 한다’고 답했다. 미래세대 부담을 지금부터 나눠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이같은 반응에 겐조 교수는 “어떤 방향으로 할 것인가 중요할 것”이라고 짚었다. 단순히 ‘해야 한다’가 아니라 어떻게 개혁해 나갈지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그는 일본의 연금개혁 강도가 높았다고 평가했다. 특히 많이 내고 적게 받는 구조로의 변화를 위해 국민을 설득하는 작업에 공을 들였다. 겐조 교수는 “미래 보험료 상한선을 사전에 제시함으로써 가입자들의 미래 보험료 부담에 대한 불안과 불만을 완화하고 눈앞의 보험료 인상을 가능하게 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한민국의 연금개혁을 위해 필요한 것으로 국민의 개혁에 대한 공감대 형성 외에도 보험료율 인상과 목표 소득대체율 40% 이상 인상, 납부예외자의 재검토, 거시경제 슬라이드 도입 등을 꼽았다.

일본이 2004년 도입한 거시경제 슬라이드는 인구와 노동시장의 변화를 반영해 자동으로 연금액을 조정하는 시스템이다. 매년 연금액을 조정할 때 후생연금 가입자 수가 감소할수록 그리고 기대여명이 증가할수록 연금 인상률을 낮춰 지출을 억제토록 했다. 이를 통해 정치적 개입 없이도 기대여명 증가와 노동시장 상황 악화가 연금 재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제거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후 일본 연금은 보험요율 올리면서 수령금액은 단계적으로 내리는 ‘더 내고 덜 받는 연금 구조’를 완성했다. 겐조 교수는 한국에도 이같은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한국식 연금개혁은 보험료율 인상과 기금투자 목표 수익률 인상 등의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정부 당국에 따르면 기금투자 수익률이 1%포인트 상승하면 소진 시점은 2055년에서 2060년으로 5년 늦춰진다. 향후 70년 전망을 하는 재정추계는 기금투자 수익률을 연 4.5%로 가정한다. 이 수익률을 연 5.5%까지 올리면 기금소진 시점을 대폭 늘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겐조 교수는 “한국의 연금 적립금이 미래 지급총액 대비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하는지(공적연금 대차대조표)를 알지 못하면 적립금 논의를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적립금의 운용 이율을 명목치만으로 보는 것은 의미가 없고 연금 재정의 장래 추계를 실시할 때에 명목 임금 상승률과 비교해 어느 정도 큰 값을 설정하고 있는지, 그리고 (실질) 임금 상승률의 전제에 어떠한 전제를 두고 있는지, 게다가 매크로 모델이 어느 정도 ‘그럴듯한가’를 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겐조 교수는 오는 22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이데일리 전략포럼에 연사로 나서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과 한국의 연금개혁 방향에 대한 대담을 나눌 예정이다. 그는 이번 포럼에서 어떤 메시지를 던질까? 겐조 교수는 “포럼에서 직접 확인해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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