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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 더 오래 내고 늦게 받아야…정년 65세 적당[ESF 2023]

입력시간 | 2023.06.21 06:54 | 이지현 기자 ljh423@edaily.co.kr
②조영태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장
개혁에 모두 동의…문제는 '방법'
연금 수령 시기 늦추고 더 오래 내야
2030년 정년연장 논의 함께해야 '성과'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교육·노동·연금 3대 개혁이 인구 차원에서 보면 아주 시의적절하다. 오히려 조금 늦었지만 시작하게 된 것이 다행이다.”

21일과 22일 이틀간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개최되는 이데일리 전략포럼에서 기조연사로 나서는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겸 인구정책연구센터장은 이같이 말했다. 이번 포럼에서 인구와 교육, 노동, 연금 전문가들은 인구절벽 상황에서 왜 3대 개혁 요구가 높은지와 적절한 개혁 방향, 지속 가능한 미래로의 전략 등을 제시할 예정이다.

◇ 연금+노동 개혁 동시 다발 추진 이유는

그는 3대 개혁과제 중에서도 연금개혁을 먼저 봐야 한다고 했다. 이제 더 이상은 ‘안 하면 안 된다’는 걸 왜 이번 정부 들어서면서 국민이 느꼈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그동안 머릿속에 생각만 하던 것이 출산율이 확 떨어지는 걸 본 사람들이 이젠 ‘더는 늦출 수 없는 시기가 왔구나’를 인식하게 된 것 같다”고 짚었다. 이어 “인구의 거대한 힘을 느끼기 시작한 사람이 많아지며 연금 개혁을 하자는 데 많은 이들이 동의하고 있지만 문제는 어떤 식으로 연금개혁을 하는 지가 될 것”이라고 봤다.

조영태 서울대 교수가 서울 관악구 서울대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현재 연금개혁 진행사항은 지지부진하다. 정부는 2055년 연금이 고갈될 거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현행 제도개선 없이 기금이 고갈될 경우 매년 그해에 필요한 재원을 보험료로 걷어 노년 세대에게 지원하는 ‘부과 방식 제도’를 도입해야 하는 데 그러면 현재(9%)보다 5배가량 높은 보험료를 지불해야 한다. 미래세대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를 함께 논의해야 할 국회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표심 이탈을 우려해 논의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한마디로 교착상태다.

조 교수는 “연금개혁 논의가 몇%라는 인상요율이 중요한 게 아니라 결국 누군가는 더 많이 내줘야 하고 누군가는 덜 받아야 하는 건데 그걸 미래 세대와 어떻게 분배할 것이냐를 고민해야 한다”며 “이걸 경제학적으로 들어가서 생각해보면 답이 안 나온다. 결국, 내는 기간을 늘리고 받는 기간을 줄이는 방식이 가장 수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수령시기를 미루고 내는 기간을 늘리는 식의 노동개혁이 수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 당장 정년을 연장하자고 하면 청년이 싫어한다. 일자리 미스매치로 좋은 자리가 사라지기 때문”이라며 세대 공존의 가치를 들여다 봐야한다고 짚었다. 대졸자 일자리는 연간 35만~40만개 정도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 매년 50만명대 대졸자가 배출되고 있다. 이렇다 보니 매년 10만~15만명의 취업대기자가 발생하는 것이다. 조 교수는 이런 대기자가 1982년생부터 쌓이기 시작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고 봤다. 취업준비생이 만족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년연장을 골자로 한 노동개혁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조 교수는 “2030년이 정년 연장을 시작하기 딱 좋은 시점”이라고 봤다. 이어 “생산 가능 인구 중 25~59세 정도가 앞으로 10년간 330만명(부산시 인구) 정도 줄어들 것”이라며 “7년이 지나면 대구시 인구만큼이 또 빠진다. 일하는 사람이 줄면 소비가 줄고 시장도 무조건 줄어든다. 결국 청년들도 그때가 되면 장년 세대가 은퇴해 경제 규모가 작아지는 것보다 안 작아지고 유지되는 게 유리한 상황이 될 거라는 점을 인식하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렇다면 정년은 몇 세가 적정할까? 그는 65세로 봤다. 조 교수는 “2030년부터 65세로 가야 2018년 노동시장 크기랑 거의 비슷해진다”며 “근데 그것도 평생 가는 게 아니라 딱 10년만 시간을 벌어준다. 그다음부터 인구 감소로 현재보다 더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년 연장을 통해 떨어지는 생산성은 재교육을 통해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봤다. 그는 “생산성은 경륜에서만 나올 수 있는 게 아니다”며 “새로운 지식을 다시 습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 비용을 누가 댈 것인가, 수익자가 누구냐, 그건 개인이다. 그러면 개인이 (비용을) 대는 게 맞다. 그런데 만약 수익자가 우리가 생각했을 때 그렇게 일을 하는 게 국가, 사회에 더 이득이 된다 하면 국가나 사회가 대야 한다”고 덧붙였다.

◇ 준비된 사람만 결혼…교육시스템 바꿔야


조 교수는 교육개혁을 위해 지금 30만명대 아이를 낳은 부모가 어떤 사람들인지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그는 “요즘 결혼하는 사람들이 준비가 안 돼 있으면 결혼을 안 하거나 늦춘다”며 “(스스로 또는 부모의 도움을 받아 경제적 자립) 준비가 된 사람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있다. 그러니 이렇게 숫자가 적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준비된 이들의 자녀는 더 많은 경쟁을 요구받으며 성장한다. 영어 유치원 대기 줄이 가장 대표적인 예다. 조 교수는 “학급당 아이 수가 줄면 교육의 질이 높아져야 하지만 그 반대가 되고 있으니 사교육 시장이 커지고 있는 것”이라며 “앞으로 3~4년 후엔 깜짝 놀랄 정도로 초등학교부터 국제학교로 보내겠다는 이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젠 대중교육이 아닌 ‘스페셜 교육’을 할 때라고 제시했다. 조 교수는 “학교 교사들도 학원 교사보다 더 좋은 교육을 하지 않으면 아이들의 눈높이를 따라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학입시 제도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봤다. 조 교수는 “출생아 수는 20만명대로 줄었는데, 교육시스템은 여전히 40만 이상이 다니는 시스템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며 “대학 입시 생태계를 완전히 바꿔줘야만 한다. 변화가 없으니 초등학교 1학년생 학교에서 의대 입시반을 만드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방소멸도 관점을 완전히 바꿔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남성 중심의 노동집약적 산업이 아닌 여성 친화적 도시 조성을 통해 자연스럽게 인구가 유입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한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여성이 늘면 문화가 다채로워지고 서비스 산업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여성이 원하는 직장이나 산업의 특성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런 거를 위주로 도시도 바꿔야 한다. 이전 도시의 성장 공식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략포럼 첫날 제이컵 펑크 키르케고르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연구원과 대담을 할 예정이다. 조 교수는 “키르케고르 연구원이 미래 변화분야를 보고 있어 한국 이야기보다는 전 세계적인 이야기를 주로 많이 할 것 같다”라며 “대담을 통해 세계적 인구 상황을 한국적인 맥락으로 풀어나가겠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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