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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절벽 한국, ‘오픈 마인드’로 문제 해법 찾아야 행복”[ESF 2023]

입력시간 | 2023.06.02 05:35 | 이다원 기자 dani@edaily.co.kr
獨 저널리스트 안톤 숄츠 인터뷰
한국, 50년 뒤 중위연령 60살 넘는데
이민 해답이지만…닫힌 사회가 문제
막다른 길 같아…韓 더 좋아졌으면
[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30년 가까이 한국 사회의 깊은 곳까지 면밀하게 들여다본 파란 눈의 저널리스트가 있다. 스스로 ‘꼰대’ 같다고 말하면서도 한국 사회가 더 나은 곳으로 바뀌기를 누구보다 바라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한국은 심각한 상태인 것 같다”는 진단을 내렸다. 왜일까?

안톤 숄츠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사진=본인 제공)


◇ 인구절벽 열쇠 ‘이민’이지만…한국 사회, 준비 안 됐다


숄츠는 독일 함부르크에서 태어나 한국으로 온 ‘이민자’다. 청소년기에 태권도를 배우다 선불교를 접했고 수행을 위해 지난 1994년 한국에 왔다 눌러앉기로 했다. 기자이자 PD, 저널리스트로 한국 사회를 조명하며 이름을 알렸지만, 직업이 하나는 아니다. 대학 강단에도 섰고, 지금은 해외에서 한국에 진출하려는 기업들을 돕는 역할도 하고 있다.

사회 변화를 지켜봐 온 숄츠는 한국의 빠른 고령화 속도에 주목하며 “한국은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상태 중 하나”라고 짚었다.

가장 큰 문제는 중위연령이 가파르게 높아지는 점이다. 중위연령은 총인구를 연령 순서로 나열했을 때 중앙에 있는 사람의 나이를 말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 중위연령은 지난해 45.0세다. 48년 뒤인 2070년에는 62.2세로 26.5% 높아진다. 같은 기간 동안 독일을 포함한 유럽 대륙이 지난해 41.9세에서 48.9세로 7% 높아지는 것과 대조적이다.

동시에 합계출산율은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0.78명을 기록하고 있다. 숄츠는 “독일 출산율도 1.5명대로 낮지만 올라가고 있다”며 “반면 절반 수준인 한국 출산율은 매년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고갈, 생산가능인구 감소 등 예견된 문제들이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지금 한국에 연금을 내고 있고 세금도 적지 않게 내는데, 다 돌려받지 못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숄츠는 이민이 인구 문제를 풀 열쇠일 수 있다고 봤다. 이민을 통해 인구 감소 문제를 보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민 정책을 빨리 바꿔야 한다”며 “정부가 이민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해야 하고 사람들에게도 확실한 메시지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민과 관련한 정책을 촘촘히 마련한다고 해도 충분한 이민자를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숄츠는 “한국에 있는 많은 외국인이 한국을 사랑하고 돕고 싶어하지만 정작 이들에게 많은 것을 묻지 않는다”며 “이민자를 받는다고 해도 한국이 필요로 하는 만큼의 이민자를 받기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했다.

그가 지적한 한국 사회의 더 큰 문제는 바로 닫힌 문화다. 숄츠는 “당장 내년부터라도 새로운 이민 정책이 시행될 수 있다. 하지만 정책이 바뀐다고 당장 외국 이민자 모두를 한국 사람들이 환영하지는 않을 것 같다”며 “이민을 위한 ‘오픈 마인드’를 아직 준비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다양한 국가, 인종, 문화적 배경을 가진 이민자들을 포용할 수 있을 만큼 열려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흑인 이민자 출신 시장이 나올 수 있을까? 이민자를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대신 ‘외국인’으로만 바라본다면 한국은 ‘살만한 사회’를 결코 만들 수 없다. 숄츠는 “독일도 그렇고 다른 나라들은 정계나 산업계에서 외국인을 흔히 볼 수 있다. 사회에 직접 참여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한국에서는 기껏해야 TV 프로그램에서나 이국적인 느낌을 주기 위해 외국인이 쓰인다”고 말했다. 아직 외국인에 대한 차별적인 시선이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 韓 ‘막다른 길’ 접어들어…소통과 화합 필요

이민 외에도 한국 사회가 풀어야 할 문제는 쌓여 있다. 심각한 저출산·고령화에 시달리는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자살률이 높기까지 하다. 한국 사회에 확실한 문제가 발생했다는 의미다.

안톤 숄츠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사진=본인 제공)


암울한 수치들을 놓고 숄츠는 “한국이 막다른 길(Dead end)에 접어든 것만 같다”고 했다. 높은 경쟁 압박과 분열로 인한 갈등이 한국 사회를 불행하게 만들고 있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경쟁을 부추기는 교육 시스템을 지나 근로 환경까지도 쳇바퀴 돌듯 경쟁을 요구한다. 성별, 계층, 세대뿐만 아니라 정치마저 양쪽으로 갈라져 서로 이해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는 “요새는 토론하고 타협해 평화로운 사회를 만드는 게 아니라 (사회가) 더 갈라지기만 하는 것 같다”는 우려를 표했다.

젊은 세대로서는 아이를 낳기도, 만들기도 싫은 나라가 되어가고 있다. 그는 “제가 한국에 처음 왔던 90년대에는 적어도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었고 내 자녀가 나중에 더 잘 살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며 “세계에서 손꼽히는 부자 나라가 된 지금은 자녀 세대가 불행을 느끼고 있다”고 짚었다.

숄츠는 그 이유를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봤다. 그는 “사회에서 정이 많이 사라지고 사람들의 스트레스는 늘었다”며 “서로 이야기를 듣고 양 극단이 아닌 중간에서 타협점을 찾는 법을 잊은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남의 말을 귀 기울여 듣고, 서로 받아들이며 평화로운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런 통찰을 전할 수 있는 이유는 그가 한국 사회를 오랫동안 지켜봐 왔기 때문이다. 이미 인생의 절반가량을 한국에서 살았다. 가족도, 집도 모두 한국에 있다. 한국 사회에 대한 아쉬움을 가감 없이, 솔직하게 말하는 이유다.

숄츠는 “죽는 날까지 한국에서 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한국이) 너무 좋다”며 “한국 사람들에게 받은 도움이 많고, 기회가 많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래서 이 사회를 조금 더 좋은 방향으로 바꾸는 걸로 돌려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했다. 민주주의 사회는 변화를 선택할 수 있고, 바뀌려면 싸워야 한다는 이야기도 했다.

이제는 한국 사회가 열려야 할 때다. 숄츠는 인구 구조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이민 정책은 필연적인 결과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오는 21~22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제14회 이데일리 전략포럼 ‘인구절벽 넘어, 지속가능한 미래로’에 연사로 참석할 그는 한국 사회와 이민 정책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전한다.

숄츠는 “이민은 좋은 점만 ‘체리피킹’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반대론도 있을 수 있고 (사회적) 문제도 발생하겠지만 사람이 들어오는 일이다. 이제는 자기 인생을 살릴 방법이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톤 숄츠는…△1972년 독일 함부르크 출생 △함부르크대 한국학·비교종교학 학사 △前 조선대 독일어학과 교수 △前 독일 공영방송 ARD 프로듀서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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